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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분석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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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분석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2015.07.17 07:00
슬픔에게 보내는 헌사, 망각이 주는 향수

11세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 사는 5가지 감정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들은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하며 라일리와 동고동락한다. 어느 날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어난 사고로 기쁨과 슬픔이 라일리의 기억과 잠재의식의 미로에 갇히고, 라일리는 하루아침에 밝고 명랑한 소녀에서 다혈질에 날카로운 소녀로 성격이 바뀐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100만 관객을 넘어선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의 뇌 속을 그린다. 특히 영화는 늘 활기찬 기쁨만큼 걸핏하면 눈물을 흘리는 슬픔도 뇌 기능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새로운 기억만큼 기억을 잊는 망각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5인방. 왼쪽부터 버럭, 까칠, 기쁨, 소심, 슬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5인방. 왼쪽부터 버럭, 까칠, 기쁨, 소심, 슬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망각 곡선’ 따라 일주일 뒤 21%만 기억


영화에는 라일리가 하루 동안 만든 기억이 잠든 사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바뀌거나, 오래된 기억이 모이는 ‘쓰레기장’에서 하나둘 기억이 사라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이런 장면은 최신 인지과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피트 닥터는 영화가 허무맹랑한 스토리가 되지 않도록 다처 케트너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가령 기쁨이 라일리의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인 ‘빙봉’과 함께 오래된 기억들이 버려지는 장소(쓰레기장)에서 탈출하려고 애쓰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망각은 멈출 수도 없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표현된다.


인지과학 전문가들은 이런 망각이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으로 불리는 특정한 곡선을 따라 진행된다고 해석한다. 망각 곡선에 따르면 복기하지 않은 기억은 첫날 54%만 유지되며, 일주일 뒤에는 21%로 줄어든다.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인간에게 망각은 기억만큼 자연스러운 뇌의 기능”이라면서 “강렬한 감정적인 경험과 함께 생긴 기억은 바로 지워지지 않고 오랫동안 저장되는 등 망각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도 라일리가 깊은 슬픔이나 큰 희열을 느낀 순간은 머릿속에서 ‘핵심 기억’으로 분류돼 장기간 저장되는 것으로 나온다.

 

한편 라일리의 유년 시절은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하지만 모두 잊혀졌다. 김정윤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교수는 “만 3~4세 유년기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뇌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저장되지 못한다”면서 “이를 ‘아동기 기억상실’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유년 시절의 잃어버린 기억을 성인이 된 뒤 되살릴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기억이 제대로 저장되지 못한 만큼 기억을 다시 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설사 기억한다고 해도 사진 등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쁨(오른쪽)과 슬픔(가운데)이 라일리의 장기기억 저장소에서 어린시절 상상 속 친구 빙봉을 만났다. 라일리가 항상 행복하길 바라는 기쁨처럼 상상 속 친구 빙봉은 라일리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헌신적인 친구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기쁨(오른쪽)과 슬픔(가운데)이 라일리의 장기기억 저장소에서 어린시절 상상 속 친구 빙봉을 만났다. 라일리가 항상 행복하길 바라는 기쁨처럼 상상 속 친구 빙봉은 라일리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헌신적인 친구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울고 나면 울었던 순간도 긍정적으로 기억


기쁨은 항상 라일리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지만 정작 라일리가 진심으로 외롭고 힘든 순간에 기쁨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오히려 라일리를 치유한 건 라일리가 터뜨린 울음보, 슬픔이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 사례 3000건을 모아 분석한 결과 눈물을 흘린 후에 기분과 심리 상태가 개선됐다는 연구 내용을 2009년 미국심리과학회가 발행하는 ‘심리과학저널’에 발표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는 동안 점점 호흡이 느려지는 진정 효과를 보였으며 스트레스도 줄었다. 또 이후에는 눈물을 흘린 상황을 긍정적인 순간으로 기억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슬픔을 직시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일반적으로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인식하는 탓에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감정이 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때 금기 중 하나가 ‘괜찮아’, ‘잘될 거야’ 식의 섣부른 긍정적인 위로”라면서 “슬픔을 올바르게 겪고 나야 마음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야기 초기에
‘슬픔’은 항상 사고뭉치로 ‘기쁨’의 구박을 독차지하지만, 라일리가 심적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때 가장 큰 역할을 해낸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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