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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어처구니없는 요소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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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어처구니없는 요소수 대란

2021.11.10 07:00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운송 대란이 내년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운송 대란이 내년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느닷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요소수 때문에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요소수에 대한 보도와 정부 대책이 너무 어설프고 혼란스럽다. 요소와 암모니아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다. 요소를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다는 기사도 넘쳐난다. 요소의 품질에 대한 논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산업용‧공업용 요소에는 불순물이 많아서 경유차용 요소수에 적합하지 않다는 선무당급 전문가들의 엉터리 지적이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환경부가 산업용 요소수를 경유차에 써도 되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고등학교 화학 수준의 전문성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석탄에는 요소가 없다

 

중국이 스스로 자초한 석탄 부족이 요소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요소를 석탄‧천연가스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추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본래 요소는 사람을 비롯한 살아있는 동물의 체내에서만 생합성되는 대표적인 ‘유기물’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자연 상태나 실험실에서는 요소가 생산할 수 없다고 믿었다. 요소는 ‘생물’과 ‘무생물’이 엄격하게 구분된다는 서양 ‘생기론’(vitalism)의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런 요소가 석탄‧천연가스에 잔뜩 들어있다는 보도는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20세기 화학의 발전이 생명에 대한 그런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1910년 독일의 프리츠 하버가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질소 고정법’을 개발하고, 1922년 역시 독일의 카를 보슈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요소 생산법’을 개발했다. ‘생명’의 물질이었던 요소가 ‘산업용’ 물질로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비료로 사용되는 암모니아의 산업적 합성이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말서스가 걱정하던 인구 증가에 의한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해주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오늘날 요소는 전 세계적으로 2억t이상 생산되는 중요한 농업용‧산업용 화학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요소 비료는 물론 멜라민 등의 요소 수지에도 쓰이고, 의약품으로도 활용된다. 암모니아·요소 합성이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버-보슈 공정(암모니아)이나 보슈-마이저(요소) 공정의 특허도 오래 전에 만료됐다. 다만 암모니아 생산에는 섭씨 400도의 열과 함께 200기압의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기 압축기가 필요하고, 요소 생산에는 섭씨 200도의 열과 150기압이 필요하다. 암모니아와 요소 합성에 필요한 금속 촉매도 잘 알려져 있다.


암모니아와 요소를 하나의 공장에서 서로 연결된 공정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천연가스를 열분해하는 '개질 수소'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 충전소에서 사용한 수소가 바로 천연가스를 고온의 수중기로 열분해시킨 개질 수소다. 세계적으로 개질 수소의 90%를 암모니아‧요소 생산에 사용한다. 석탄을 가스화시키는 합성가스의 주성분도 수소일 수 있다.


오늘날 선진국은 암모니아‧요소 생산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이고, 오염 산업이기 때문이다. 인도‧러시아‧인도네시아‧파키스탄‧미국이 가장 많은 양의 요소를 합성한다. 중국의 생산량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도 1961년 충주비료를 시작으로 호남비료‧영남화학·한국비료 등에서 연간 상당한 양의 요소를 생산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때문에 경제성을 상실하면서 2012년부터는 요소 생산을 포기했다. 한 해 고작 8만 톤이 필요한 경유차용 요소수를 위해 요소 생산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세금 먹는 하마가 필요하다면 또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석탄 대란이 요소 생산 감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을 수는 있다. 요소 생산의 ‘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요소 생산에 꼭 필요한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높은 압력을 만들어내는 압축기에 반드시 전기가 필요하다. 물론 전기가 요소 공장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의 모든 생산 공장은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국의 전력 생산 설비의 49.1%가 석탄화력이다. 실제 발전량의 60.8%가 석탄화력에서 나온다. 석탄화력의 가동 중단이 전력난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20여 개 성‧시에 대정전을 발생시킨 중국의 전력난은 석탄이 아니라 태양광‧풍력에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해 연안과 호주의 경우처럼 지난 여름 중국에서도 유난히 바람이 불지 않았고, 비도 많이 내렸다. 결국 중국 발전설비의 12.8%를 차지하는 풍력과 11.5%의 태양광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중국의 전력난은 요소 생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모든 소재와 공산품 생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세계의 생산 공장이라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우리도 전방위적으로 적극적인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E350에 장착된 요소수 주입구. 위키미디어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 E350에 장착된 요소수 주입구. 위키미디어 제공

‘중국산’은 고품질인가

 

경유차용 요소수 생산에 중국산의 고품질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소가 들어도 웃을 이야기다. 요소의 국제 가격은 톤 당 380달러 정도다. 그런데 작년에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한 중국산 요소의 평균 구입 가격은 톤 당 258달러다. 중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5만 톤의 요소를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받은 대가가 1억4200만 달러였다.


 중국의 화학산업은 여전히 ‘품질’보다 ‘물량’이 더 중요한 범용 화학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고순도·고품질의 정밀화학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미국‧유럽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더욱이 지금도 ‘유로 5’ 수준의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이 굳이 중국에서는 수요가 없는 경유차용 요소수 생산에 필요하다는 고품질의 요소를 생산할 이유도 없다.


 ‘요소수’는 요소를 물에 녹인 단순한 수용액(AUS)이다. 주로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배기구에 설치된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에 분사시켜주면 요소가 열에 의해 분해되어 생성된 암모니아가 NOx를 질소와 물로 환원시켜준다. 요소는 ‘촉매제’가 아니라 ‘환원제’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경유 자동차에는 주로 32.5% ‘차량용 요소수’를 사용하고, 선박에는 주로 40.0%의 ‘선박용 요소수’를 쓴다. 요소수의 종류는 요소의 ‘품질’이 아니라 ‘농도’에 의해 구분된다. 요소수는 모두 국제표준기구(ISO)의 ‘경유 배기가스 유체’(DEF)에 적용되는 표준 규격(ISO 22241)에 따라 제조한다. 요소의 품질에 대한 특별한 요구 사항은 없다. 오히려 요소의 생산 과정에서 흔히 혼입되는 요소 중합체(바이유레트)‧암모니아‧물과 같은 불순물은 요소수의 기능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황(sulfur) 불순물은 SCR의 촉매로 사용하는 제올라이트나 바나디아(바나듐 산화물) 촉매의 표면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결국 고결방지 또는 완효성(효과가 느리게 나타나는 것)을 위해 황이나 폼알데하이드로 코팅해서 과립형으로 만든 비료용 요소만 경계하면 된다.


사실 요소수 생산에 사용하는 요소의 품질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이유는 없다. 경유 승용차의 경우에 요소수의 소비량은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 소비량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요소수에 포함된 요소의 농도는 32.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요소에 포함된 불순물의 영향은 충분히 무시할 수 있을 것이 확실하다. 경유차가 먼지 한 톨도 허용하지 않는 청정실에서 작동하는 반도체 제조설비와 같은 정밀기계도 아니고, 요소수가 고순도 불화수소와 같은 초고품질 화학소재도 아니다. 경유차에 장착하는 SCR의 기능과 성능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전문가의 주장은 믿을 것이 아니다.


요소의 농도가 40.0%인 선박용 요소수를 경유차에 사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경유차의 SCR이 32.5% 요소수에 최적화되도록 설계‧제작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질소산화물 저감의 효율은 차량의 노후화나 관리 상태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굳이 신경이 쓰인다면 선박용 요소수를 23% 정도 희석시켜서 사용하면 된다. 환경부가 선박용 요소수의 전환 가능성을 확인하겠다고 법석을 떨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장착한 SCR의 기능을 차단하는 ‘탈출’은 현실적인 비상대책이 될 수 없다. 요소수를 고순도 불화수소로 착각할 이유도 없다. 요소수를 반드시 공장에서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요소 325g을 물에 녹여서 1리터로 만들면 된다. 완효제 역할을 하는 황을 코팅해서 과립으로 만든 비료용 요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정부도 추가로 황 코팅을 하지 않은 산업용 요소를 구해주면 된다. 중국산이 아니면 더 좋을 것이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서 한 달 소비량이 7000t에 불과한 요소를 확보하지 못해서 물류 대란을 걱정하는 현실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요소수 대란을 걱정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요소의 수급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요소수와 같은 생활용 소재조차 원활하게 공급해주지 못하는 현실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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