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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에 관한 '가짜뉴스'가 퍼지는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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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에 관한 '가짜뉴스'가 퍼지는 경로

2021.07.23 18:18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도 인플루언서 통해 사실로 둔갑
GIB 제공
세계적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뉴스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SNS 등을 통해 퍼지는 경우가 있다. SNS 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래피카는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뉴스가 어떻게 퍼지는지 관찰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생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데이터 분석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적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뉴스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가짜 뉴스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미 공영 라디오 방송(NPR)은 20일 SNS 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래피카가 온라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거짓 정보가 어떻게 퍼지는지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래피카는 과거 페이스북 계정 150여 개와 데이터를 분석해 중국발 계정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친 사실과 러시아 정보공작 단체가 6년간 미국과 영국에 대한 거짓 정보 2500여 건은 퍼뜨린 혐의도 찾아냈다. 

 

그래피카는 온라인상 데이터를 분석해 데이터들이 공유되거나 증폭되는 주요 포인트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데이터의 흐름을 분석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뉴스가 어떻게 퍼지는지 관찰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생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데이터 분석을 했다. 그리고 대개 비슷한 패턴으로 거짓 정보가 진짜 뉴스로 둔갑해 대중에게 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학적 근거 부족한 과학뉴스 보도서 시작
캐서린 클랜시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인류학과 교수팀이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월경 주기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온라인으로 설문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응답한 12만여 명 중 수천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부정출혈이나 비정상적인 과다출혈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화면 캡처
캐서린 클랜시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인류학과 교수팀이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월경 주기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온라인으로 설문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응답한 12만여 명 중 수천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부정출혈이나 비정상적인 과다출혈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설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대표적 가짜 뉴스로 판명된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생식 능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는 지난해 12월 처음 등장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백신이 여성의 생식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백신 반대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주장이다.

 

그래피카는 지난 4월 20일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미국 예일대 의대 학생인 앨리스 루 컬리건 연구원의 인터뷰 기사에 주목했다. 루 컬리건 연구원은 "면역세포가 여성의 월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일시적으로 월경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이 주장 과학적으로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캐서린 클랜시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인류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월경 주기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응답한 12만여 명 중 수천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부정출혈이나 비정상적인 과다출혈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래피카는 아직 이 연구가 완료한 것이 아닌데다 온라인 설문응답으로만 이뤄져 있고, 여성의 월경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백신이 주요 원인인지 알아보려면 이보다 훨씬 통제된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코로나19 백신이 여성 생식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피카의 멜라니 스미스 전 분석팀장은 "이런 애매한 과학적인 정보가 백신 반대 운동가들에게 기회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사실에 거짓이 섞인 글 등장→뉴스에 실리며 증폭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그래피카는 페이스북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한 그룹 계정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백신 반대 운동가들이 참여하는 그룹이었다. 스미스 전 분석팀장은 "특히 수 년 동안 백신 반대 운동을 펼쳤던 여성운동가 나오미 울프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팔로우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들은 앞서 말했던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데이터들을 근거로 들어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에게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프는 페이스북 자신의 그룹에 "여성끼리는 서로의 월경주기에 영향을 미치므로, 백신을 맞은 여성이 백신을 맞지 않은 여성에게까지 부작용을 전달할 수 있다"며 "백신을 맞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불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 이에 루 컬리건 연구원은 "함께 사는 여성끼리 월경주기가 서로 비슷해진다는 현상에 거짓 정보를 섞어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여성이 백신을 맞고 불임이 생겼다는 의학계 보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피카는 울프 등이 백신과 여성 생식 능력에 대한 글들을 올리기 시작한 뒤 며칠 후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이 같은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고, 몇몇 매체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한 가짜 뉴스를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매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을 때 생겼다. 미국 마이애미의 사립학교인 센트너 아카데미에서 이런 거짓 정보를 근거로 여성 교사들에게 백신을 맞지 않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 사실이 매체에서 뉴스로 보도되면서 거짓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증폭됐다.

 

 

메신저를 통해 일파만파, 새로운 거짓 정보 등장

 

그래피카는 이후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여성 생식능력에 대한 거짓 정보에 정치적 메시지나 세계관이 더해지고 단순명료한 글로 정리돼 퍼지기 시작했음을 알아냈다. 메신저로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이 퍼지도록 메시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정보에 담긴 정치적인 시각이나 세계관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백신에 대한 이야기도 사실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피카는 한 극보수 평론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거짓 정보에 구글, 페이스북에 대한 음모론도 함께 넣어 퍼뜨렸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6월 말에는 이 같은 거짓 정보가 프랑스와 브라질까지 퍼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여성의 생식능력에 대한 글은 점차 사라지고, 코로나19 백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거짓 정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미스 전 분석팀장은 "거짓 정보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경로로 퍼졌는지 추적해보면 이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다"며 "코로나19 백신처럼 위중한 문제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끌게 하는 정보가 있다면 과학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의심을 가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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