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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17년 만의 굉음...매미판 베이비부머 브루드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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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17년 만의 굉음...매미판 베이비부머 브루드 텐

2021.07.17 06:00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올여름 미국 동부 지역이 유달리 시끄럽다. 17년 만에 엄청난 무리의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ʻ브루드 텐(Brood X)’. 이들은 17년마다 미국 동부 지역 일대에 등장하는 매미 떼로 누구보다 화려한 여름을 즐긴다. 격렬하게 소리치는 이들은 몇 주 뒤 생을 마감하고, 그들의 후손은 다시 17년 뒤인 2038년에 같은 지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6월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유럽 순방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세기에 오르려는 순간, 매미가 바이든 대통령의 목덜미를 치고 지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인근의 덜레스 국제공항에서도 백악관 취재단 전세기가 매미 떼의 습격을 받아 멈춰 섰다. 공항에 매미 떼가 등장한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행기 엔진 소음을 매미가 울부짖는 소음으로 착각한 매미들이 몰려든 것으로 추측됐다. 


올여름 미국 동부 지역은 곳곳에서 출몰하는 매미 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브루드 텐(Brood X)’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무려 17년을 땅속에서만 지내다 마침내 지상으로 올라온 매미 무리다. 


미국의 매미는 13년 또는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주기로 출현하는 ‘주기매미’가 대부분으로, 지역마다 등장하는 매미 떼의 종류와 출현 시기가 모두 다르다. 이들 중 가장 주요한 매미 떼 15무리(브루드)에는 로마자로 일련번호(1~10, 13, 14, 19, 22, 23)가 붙어 있다. 올해 등장한 브루드 텐은 안테나가 달린 폴더형 휴대폰이 유행하던 2004년에 미 동부에서 짝짓기를 나누던 매미들의 자손이다.

 

1 . 암컷 매미가 나무 위에 알을 낳고 약 6~10주 뒤 매미 유충이 부화함. 땅으로 내려가 흙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감. 2 유충은 풀과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으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성장함. 약 12~13년 동안 5번의 탈피 단계를 거침. 3 17년째가 되면 유충이 땅 위로 나옴. 초기에는 암컷보다 수컷이 많이 나타나고, 약 6일 정도 지나면 암컷들이 더 많이 나타남. 4 땅 위로 나온 지 1시간 정도 지나면 매미는 유충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됨. 초기 성충은 하얗지만 약 5일 뒤 어둡고 단단한 외골격을 형성함. 5 짝짓기가 끝난 뒤 암컷은 나뭇가지에 수백 개의 알을 낳음. 약 한 달 동안 땅 위에서 살다가 죽음.
 ⓛ 암컷 매미가 나무 위에 알을 낳고 약 6~10주 뒤 매미 유충이 부화함. 땅으로 내려가 흙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감. ② 유충은 풀과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으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성장함. 약 12~13년 동안 5번의 탈피 단계를 거침. ③17년째가 되면 유충이 땅 위로 나옴. 초기에는 암컷보다 수컷이 많이 나타나고, 약 6일 정도 지나면 암컷들이 더 많이 나타남. ④땅 위로 나온 지 1시간 정도 지나면 매미는 유충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됨. 초기 성충은 하얗지만 약 5일 뒤 어둡고 단단한 외골격을 형성함. ⑤ 짝짓기가 끝난 뒤 암컷은 나뭇가지에 수백 개의 알을 낳음. 약 한 달 동안 땅 위에서 살다가 죽음.

 

 

○ 미국 동부에 울린 매미주의보

 

2004년 세상 밖에 나온 매미는 나뭇가지 위에 한 마리당 평균 약 600개의 알을 낳았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바닥으로 내려와 곧 흙 속에 파묻혔다. 이후 땅속에서 살며 나무뿌리에서 나오는 수액을 먹으며 자랐다. 그렇게 17년을 버틴 매미들이 올해 여름 한꺼번에 땅 위로 올라와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성충으로 탈피한 수컷 매미들은 암컷 매미와 짝짓기를 위해 울부짖는다. 몸길이는 3cm로 작지만, 목청은 오랜 시간 땅속에 갇혀 지낸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우렁차다. 실제로 이들은 100dB(데시벨)이 넘는 소음을 낸다. 이는 진공청소기 소음이나, 국내에 서식하며 매우 시끄럽게 우는 말매미의 소리인 80dB보다 훨씬 크다. 


더군다나 이들은 한 장소에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1956년 미국 곤충학자들은 미국의 주기매미 ‘브루드 서틴(Brood )’의 개체 수를 조사했는데, 1에이커(약 4046m2) 당 150만 마리의 매미가 발견됐다. 1m2마다 약 370마리의 매미가 떼 지어 있는 셈이다. 매미들이 일시에 땅 위로 올라와 부르는 ‘떼창’의 크기는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유독 개체수 많은 브루드 텐
북미 지역에서 서식하는 주기매미는 무리(브루드)를 지어 매년 다른 지역에서 출몰한다. 이들 15무리에는 출몰하는 해와 지역에 따라 로마자 일련번호(1~10, 13, 14, 19, 22, 23)가 붙어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봄 브루드 나인(Brood IX)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 등에서 나타났으며, 앞선 2019년 지상으로 올라온 브루드 에이트(Brood VIII)는 펜실베이니아주, 미국 중동부 자료: US Forest Service 오하이오주 등에서 발견됐다.  US Forest Service/과학동아DB
북미 지역에서 서식하는 주기매미는 무리(브루드)를 지어 매년 다른 지역에서 출몰한다. 이들 15무리에는 출몰하는 해와 지역에 따라 로마자 일련번호(1~10, 13, 14, 19, 22, 23)가 붙어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봄 브루드 나인(Brood IX)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 등에서 나타났으며, 앞선 2019년 지상으로 올라온 브루드 에이트(Brood VIII)는 펜실베이니아주, 미국 중동부 오하이오주 등에서 발견됐다. US Forest Service/과학동아DB

 

15무리의 브루드 주기매미들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한꺼번에 막대한 수의 개체가 특정 지역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브루드 텐은 가장 무리 규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브루드 텐이 나온 해를 기준으로 향후 2년 동안은 활동기에 접어드는 주기매미가 없어 올해가 지나면 두 해 여름은 미국 전역에서 주기매미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원래 매미는 이렇게 엄격히 무리 지어 특정 지역에서만 등장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매미는 3000종이 넘는데, 이들은 대부분 3~4년간 성장한 뒤 지상에 나와 번식한다. 한국의 경우 참매미, 말매미 등 12종의 매미가 사는데 대개 땅 속에서 5~6년간 성장한 뒤 지상에 등장한다. 주기를 갖긴 하지만 비교적 짧고, 특정 매미 집단이 특정 해에 유독 한꺼번에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매년 여름 비교적 일정한 수컷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같은 종이라도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른 속도로 성장한다는 점도 매해 일정한 매미 떼가 등장하는 이유다. 매미 유충은 땅속에서 충분히 성장했고 생활할 수 있는 온도 조건만 맞다면 정확한 주기가 아니더라도 땅속을 탈출해 짝짓기할 대상을 찾는다.


하지만 미국의 주기매미는 다르다. 13년, 17년으로 엄격한 생애주기로 갖는다. 지역 별로 무리를 지어 등장하는 특성이 있어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이 아니면 그 매미를 볼 수 없다. 매년 같은 지역에서 매미 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지난해 ‘브루드 나인(Brood IX)’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 등에서 나타났으며, 올해는 브루드 텐이 미국 동부 지역인 워싱턴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등에서만 출현하고 있다. 


17년 주기매미는 총 12종으로 미국 북부 지역에서 서식하며, 13년 주기매미는 총 3종으로 미국 남쪽 지역에서 발견된다. 과거에는 19년 주기의 매미도 있었으나 멸종됐다고 알려져 있다. 매미 유충이 땅속의 양분으로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이 19년보다 짧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브루드 주기매미는 태어나는 해와 장소만 다를 뿐, 생물학적으로 다른 매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17년 주기로 등장하는 매미 12종은 모두 3가지 종(Magicicada cassini, Magicicada septendecula, Magicicada septendecim)에 속하며, 이들의 생김새는 별 차이 없다. 1994년부터 미국 전역의 매미를 쫓으며 조사하고 있는 시민과학자 댄 모자이는 e메일 인터뷰에서 “브루드 텐은 다른 브루드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다른 종은 아니다”라면서도 “개체 수가 유달리 많아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여름 브루드 텐은 수억에서 수조 마리까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 번에 수억 마리 이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브루드 텐이 나타나는 해에 새와 같은 포식자의 몸집이 커진다는 가설이 등장하기도 한다. 매미 떼의 등장이 지역 생태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모자이는 “다량의 매미가 분포하면 포식자는 먹이 채집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으니 일리는 있다”면서도 “다만 그 사실을 증명할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어 아직은 가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 생존을 위해 땅속을 선택한 매미

 

미국에 서식하는 주기매미가 온도와 유충의 발달 수준에 관계없이 13년, 또는 17년이라는 고정된 시간 동안 땅속에 머물다 한꺼번에 다량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먼저 ‘시간차’와 ‘개체수’로 새와 같은 포식자의 공격을 방어한다는 가설이 있다. 실제로 2011년 미국 산림청, 코넬대 등 공동연구팀이 브루드 텐이 등장한 1987년, 2004년에 곤충을 잡아먹는 조류의 수가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24종의 조류 중 단 2종만 개체수가 증가하고, 16종의 개체수가 감소했다. 연구를 이끈 워터 코에닉 미국 코넬대 조류학연구소 연구원은 “매미가 드문 빈도로 갑자기 다량 출현하는 생활 방식은 실제로 포식압(잡아먹혀 개체의 수가 감소하는 것)을 줄인다”라고 설명했다. doi: 10.1890/10-1583.1


가장 유력한 가설은 요시무라 진 일본 시즈오카대 교수가 1997년에 발표한 수학적 설명이다. 요시무라 교수는 13, 17 등의 소수는 최소공배수가 커서 다른 주기를 갖는 매미와의 교잡과 경쟁을 피할 수 있고, 그 결과 소수주기로 진화한 매미들이 자손들을 많이 남기고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주기가 12년과 15년인 매미가 있다면, 60년 후에 두 종이 만나 교잡과 경쟁이 이뤄진다. 반면 13년과 17년 주기매미는 221년 후에야 동시에 등장할 수 있다. doi: 10.1086/285981

 

 

※관련기사

과학동아 7월호, 17년 만의 굉음...매미판 베이비부머 브루드 텐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2107N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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