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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지식전쟁의 최전선으로] ⑤지역거점 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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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지식전쟁의 최전선으로] ⑤지역거점 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2021.07.14 18:16
2019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전국 9개 거점국립대 9개교 공동입학설명회가 열리는 현장이다. 연합뉴스 제공
2019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거점국립대 9개교 공동입학설명회가 열리는 현장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요즘 비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이슈가 뜨겁다. 올해 대학 신입생 수가 정원보다 무려 6만명 미달했고, 그 대부분이 비수도권 대학에서 나타났다. 20년 넘게 이어진 출생률 저하의 여파로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하지만, 돌연 발등의 불이 됐다. 정원 미달 사태의 고통이 고스란히 비수도권 대학에 떠넘겨지고 나자마자 당사자에게는 등록금 수입 감소 등 현실적 어려움이 닥쳤다. 비수도권 대학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부자나라의 지도를 펴놓고 보면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대학들이 고유의 지역명으로 고르게 분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도시에 분산된 캠퍼스를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대 같은 미국의 주립대들이 대표적이며 도호쿠대 같은 일본의 국립대들도 그렇고 독일, 영국, 프랑스도 다르지 않다. 국토가 비교적 작은 네덜란드도 라이덴대 등의 예가 있다. 이들은 모두 국토 균형 발전을 고려하여 나라와 지방정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정책적으로 육성한 국공립 대학이다.    


이들 대학들은 지역에 위치해 있고 국공립대라는 것 이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대학의 두 가지 기능, 즉 교육과 연구 중에 연구 기능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이른바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점이다. 본래 대학은 11세기 이탈리아에서 고등학문을 전수하는 교육기관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고등학문의 범위가 넓어지고 내용이 깊어지면서 '첨단' 연구를 강조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더타임즈 등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대학 순위는 사실상 연구중심대학들의 순위이다. 캘리포니아대, 도호쿠대, 라이덴대는 비수도권에 있지만 ‘국제적인 명성으로 잘 나가는’연구중심대학'이다. 이들은 새로운 과학발견으로 앞서가는 연구 경쟁력을 각 분야에서 보여 주고 있다.

 

하나만 예를 들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로저 첸 교수는 해파리에서 추출한 단백질이 내는 녹색 형광 빛의 발광 원리를 제시하고 녹색뿐만 아니라 노랑색, 청록색 등의 형광 빛을 구현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로서 연구자가 살아 있는 세포의 내부구조를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됐고 생명과학, 의학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첸 교수는 200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이들 대학의 연구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야 물론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 '돈' 만큼 중요한 요인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래 표와 그래프는 한국의 지역거점 국립대 2개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2개의 학생 수, 대학원생 수, 교수 수, 연간 연구비, 연간 총예산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임의로 선택한 4개 대학은 비슷한 학생 수, 대학원생 수, 교수 수를 갖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은 한국의 지역거점 국립대에 비해 총예산면에서 5~7배 수준을 지출했다.

 

강세종 교수 제공
강세종 교수 제공

총예산 중 연구비 부분을 추출해서 비교해 봐도 이 역시 3~7배 수준이다. 물론 두 나라의 경제수준을 감안해서 생각해야 하겠지만 매년 5분의 1 수준의 예산으로 하는 첨단 연구 경쟁에서 누가 얼마나 우세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강세종 교수 제공

물론 지역대학이 모두 연구중심대학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겠다. 어떤 대학은 학부생 교육에 더 힘써야 하겠고, 어떤 대학은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와 기술을 충당하는 데 힘써야 한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는 거점국립대를 포함한 39개 국립대들이 기초와 보호 학문 육성, 지역사회 기여, 고등교육 기회 확대라는 3가지 기능에 충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국립대 육성사업이 그 일환인데, 매년 약 1500 억원이 사용된다. 지역에는 이 같은 국립대학뿐 아니라 사립대들이 더 많이 있는데, 교육부에서는 지방 사립대를 포함해 모든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엔 매년 약 7000억원이 사용되는 데 상당부분이 지역대학 지원에 쓰인다. 안타까운 것은 국립대육성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 모두 대학의 '연구' 기능에 강조점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사업과 두뇌한국21(BK21) 사업 등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 사업을 전부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대학이 선진국들의 대학과 경쟁하기에는 그 예산이 심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금 전 4개 대학 예시로 살펴본 표와 그래프가 그 현실을 생생하게 말해준다.   


마음이 급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역대학의 예산을 동시에 늘려 주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어떻게든 순서를 정해야 할 테고, 그렇다면 우선 국립대의 리더 격인 지역거점 국립대부터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들이 캘리포니아대, 도호쿠대, 라이덴대처럼 국제적인 명성으로 잘 나가는 대학,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국립대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가 이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캘리포니아대에 비해 열세인 총예산과 연구비를 따라 잡으려면 그야말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 충분한 예산과 연구비를 기반으로 훌륭한 교수, 첨단 시설과 장비, 연구 및 장비 전문 인력 등 경쟁력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똑똑한 학생과 창의적인 연구 인력이 적극적으로 유입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았던가?  10년 뒤 혹은 20년 뒤에 지금과는 반대로 외국에서 한국의 지역거점 국립대를 부러워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강세종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강세종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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