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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누군가 내 분노의 버튼을 누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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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누군가 내 분노의 버튼을 누른다면

2021.06.12 09:00
게티이미지뱅크 젝종
왜 우리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낼까? 분노 '버튼'을 쉽게 누르는 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부정적인 정서 특히 ‘화’는 나의 안위에 큰 해를 끼칠만한 중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물론 대부분의 경보들이 그러하듯 오경보가 많은 것이 탈이지만, 실제로 나의 안위를 위험하는 사건이 있을 때 예컨대 누군가 먼저 나를 공격하거나 금전적, 정신적으로 심한 손해를 끼치는 일이 일어날 때 우리는 화를 느낀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이들이 딱히 실질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사소한 일들에도 쉽게 화를 내고 만다는 것이다. 단순히 의견이 달라서 다투는 일들이나 도로에서 일어나는 보복운전, 무시당했다고 느껴서 (특히 만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등 많은 분노가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과하게’ 나타난다. 그렇게까지 화내고 폭발할 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었는지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다. 왜 우리는 사소한 일에 크게 화를 내고 마는 것일까? 


듀크대 심리학과 마크 리어리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분노의 버튼을 누르는 사소한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①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낄 때


대표적인 분노의 버튼 중 하나가 ‘불공정성’이다. 예컨대 식당에 내가 먼저 왔는데 나중에 온 사람들의 음식이 1분이라도 먼저 나오는 경우처럼, 음식이 안 나온 것도 아니고 딱히 해를 입지 않았을 때에도 뭔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불같이 화를 내곤 한다. 물론 때로는 불공정한 사건이 정말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 없는 상황에서 점원이 내 주문을 조금 늦게 받는다든가, 음식을 조금 나중에 주었다든가 하는 사소하고 불가항력적인 일에서도 많은 이들이 크게 욱 하는 반응을 보인다. 

 

②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불공정성에 대한 지각도 그렇지만, 인간적으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들을 제외하고 존중에 대한 지각 또한 때로는 상당히 주관적이다. 예컨대 내가 톡을 보냈는데 10초 안에 확인하지 않으면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존중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소속 집단마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집단들의 경우 누군가 파란 색 천을 길바닥에 버렸을 때, 공교롭게도 파란 색을 집단의 상징으로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이 장면을 봤다면 자기 집단이 존중받지 못했다며 분노할 수 있다. 비슷하게 많은 갱단들이 명예규율를 가지고 있어서 밖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규칙 위반으로 손가락을 자르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지키는 것을 중시하는 정도가 클수록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에 대해 친한사이라도 주먹부터 휘두르곤 한다. 역사적으로 결투를 신청해서 둘 중 한 명은 사망하고 나머지 사람도 온전치 못했던 사건들도 그 발단들은 결과에 비해 지나치게 사소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③ 자존감에 상처난 경우


주관적으로 느끼는 자신의 가치, 즉 자신이 대단히 가치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딱히 크게 가치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또는 자존감)에 의해서도 버튼이 눌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자존감을 사수하는 것 또한 명예를 지키려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후자는 대인관계나 집단에서 서로를 존중한다면 이렇게 행동하자며 합의된 규칙 위반에 대한 반응이라면(예, 너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다만 이런 행동은 명예롭지 않으므로 처벌하는 게 우리 집단의 규칙. 나를 모욕한 너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것이 나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 후자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나 자기 가치감에 금이 갔는지의 여부와 관련이 있다. 


특히 어째서인지 자신은 이런저런 사람들보다 더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보는 과하게 부풀려진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이 없다고 했다든가, 자신을 좀 더 받들어 모시지 않았다든가 하는 행동들에 쉽게 분노하는 편이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자아상을 사수하는 것, 즉 나는 적어도 이런저런 대접을 받을만한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자아에 꽉 찬 바람을 조금이라도 빠지게 만드는 실망스러운 사건 또는 사람을 기꺼이, 그리고 과하게 처벌한다. 주로 “감히 나한테”로 시작되는 많은 분노들이나 “무시당해서” 상대방을 해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폭력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④ 소외감


네 번째는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소외감이다. 미국의 경우 많은 총기 난사들이 세상이나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소외감과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상호성 부재


리어리 교수는 사람들의 분노의 버튼을 누르는 사건들 중 다수가 사회적 동물로서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려면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위반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고 봤다.  예컨대 조별 과제를 해봤다면 알겠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혼자 다 하는 게 낫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임승차만큼 열받는 상황이 없다.

 

인간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모여서 역할을 나누고 각자 자기 파트를 해내면 어느새 도시를 짓고 나라를 세울 수 있는 동물이다. 이렇게 협력이 곧 생존인 사회적 동물에게 있어 무임승차자가 늘고 몇몇 사람들만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디서 무임승차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특히 자신이 일방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서로 적절히 주고 받고 있는지 등 자기 주변의 관계들이 상호적이고 신뢰할만한지(상대가 등쳐먹고 튀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지)에 늘 주의를 기울인다. 맛없는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지 않고 혼자 다 먹는 이기적인 사람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일으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콩 자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작은 이기적인 행동이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오래 곁에 둘 만한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부정적 시그널을 주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분노는 ‘위험 요소를 제거 또는 수정’하는 것이 그 본래 목적이다. 따라서 버튼이 눌렸을 때 과한 분노로 쓸데 없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혈압을 높여서 건강을 위협받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그 버튼이 눌렸는지 판단해보자. 지금 이 분노가 나름 적절한 이유가 있는 분노인지, 아니면 뇌내망상에 가까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분노인지 판단해보고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한다면 문제 해결에 힘써보는 것도 좋겠다. 

 

※관련기사 

Leary, M. R., Diebels, K. J., Jongman-Sereno, K. P., & Fernandez, X. D. (2015). Why seemingly trivial events sometimes evoke strong emotional reactions: The role of social exchange rule violations. The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55, 559-57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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