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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비건 패션, 트렌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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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비건 패션, 트렌드가 되다

2021.06.12 06:00
 

‘동물을 사랑해서’ ‘건강하려고’ ‘환경을 지키려고’ 저마다 다른 이유로 많은 이들이 채식에 도전하지만 평생 유지했던 식생활을 단숨에 바꾸기는 힘들다.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인 ‘비건’을 실천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식생활을 넘어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비건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은 점차 늘고 있다. 패션과 화장품 등 일상으로 확대되는 비거니즘 경향을 살피고 이를 가능케 한 기술을 알아봤다.

 

비거니즘(veganism)은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동물 복지 개념에서 시작된 비거니즘은 이후 공장식 축산업에 의한 환경 파괴를 막자는 환경주의와 만나 더욱 많은 사람에게 확산됐다. 여기에 개인의 건강을 위해 고기 대신 채소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가세하며 비건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 수준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년 만에 10배 증가했다. 비건 시장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비거니즘의 실천 범위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식생활을 넘어 동물성 의류를 입지 않거나 동물 실험을 한 화장품을 소비하지 않는 등 일상 속에서 동물의 희생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모피·가죽 OUT, 비건 패션 트렌드
2019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비건패션위크가 개최됐다. 동물성 소재 대신 파인애플 가죽, 사과 가죽 등 대체재를 이용한 옷과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모델들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으로 메이크업한 후 런웨이를 걸었다. 비건 패션위크 공식홈페이지
2019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비건패션위크가 개최됐다. 동물성 소재 대신 파인애플 가죽, 사과 가죽 등 대체재를 이용한 옷과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모델들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으로 메이크업한 후 런웨이를 걸었다. 비건 패션위크 공식홈페이지

먹는 것만큼이나 동물을 많이 소비하는 곳은 패션계다. 럭셔리(고급) 브랜드일수록 모피, 가죽 등 동물에서 얻은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천연’임을 강조할수록 잘 팔린다. 악어, 타조 등 희귀한 동물 가죽을 얻기 위해 직접 농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패션계에도 최근 비건 열풍이 거세다. 동물성 원료를 채취하는 과정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그간 질 좋은 가죽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의 털과 가죽을 뜯어내거나, 6개월 된 소 태아를 강제로 끄집어내 가죽을 얻는 등의 일이 공공연히 벌어져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패션계에서도 동물 친화적인 소비를 지향하자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오랫동안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모피는 동물성 패션의 대표주자인 동시에 퇴출 1순위로 꼽힌다. 1980년대부터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모피 퇴출(fur free) 운동이 확대됐고, 2000년대부터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모피의 생산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현재 십여 개국이 모피 생산을 법으로 규제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모피 제품의 판매도 금지했다.


2018년 구찌,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가 모피 제품 출시 중단을 선언하며 모피 퇴출 운동이 본격화됐다. 그동안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는 패션 철학을 고수하겠다는 이유로 모피 제품을 만들어왔다. 같은해 9월 세계 4대 패션위크로 꼽히는 런던패션위크에서는 동물 모피로 만든 옷을 금지하기도 했다.


희귀동물 가죽을 중심으로 동물 가죽 사용도 줄어드는 추세다. 멀버리, 샤넬, 폴스미스 등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퉈 희귀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현민 코오롱F&C 고문은 “육류를 소비하며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소, 양가죽과 달리 악어, 뱀 등 희귀동물 가죽은 오직 패션을 위해 희생된다”고 말했다.


동물 가죽을 사용하는 대신 생명윤리 지침을 최대한 지키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영국 패션 브랜드 멀버리는 지난해 12월 도축 후 부산물로 남겨진 가죽을 재활용 섬유로 바느질한 가방을 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건 패션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2019년 2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처음 열린 비건패션위크는 올해로 3년차를 맞이했다. 동물성 소재 대신 파인애플 가죽, 사과 가죽, 코르크 가죽 등 대체재를 이용한 옷과 액세서리를 선보인다. 모델들의 메이크업 역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만을 사용해 비거니즘의 철학을 따랐다.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의 신하나 대표는 “많은 브랜드에서 비건 제품 라인을 늘리는 것이 추세”라며 “모피뿐만 아니라 가죽, 캐시미어, 앙고라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인장, 버섯… 한계 없는 비건 소재
 

단순히 모피와 가죽을 쓰지 않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기존의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개발된 덕분에 비건 패션이 성장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비건 소재인 식물성 가죽은 선인장, 파인애플, 포도 등에서 소재를 얻는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식물성 가죽인 ‘데세르토’는 선인장이 원료다. 2017년 멕시코 출신 개발자가 선인장이 섬유질이 풍부하면서도 질긴 특성을 가졌다는 데 착안해 만들었다.


멕시코에서 가장 흔한 식물인 선인장을 활용해 데세르토를 개발한 것처럼, 최근 개발되는 식물성 가죽은 버려지거나 남은 소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먹지 않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피나텍스’, 이탈리아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서 나오는 포도 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베제아’ 등이 대표적이다.


미생물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지난 3월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가 미국 친환경 스타트업 마이코웍스와 함께 ‘실바니아’를 소재로 가방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실바니아는 버섯 뿌리에서 얻은 균사체로 만든 가죽이다. 동물 가죽처럼 일정 부분 재생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9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화학공학과 연구팀은 곰팡이 균사체 가죽이 동물 가죽과 촉감, 재질이 유사하면서도 동물성 소재보다 탄소중립적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하기도 했다. doi: 10.1038/s41893-020-00606-1


국내에서는 2015년 한원물산이 한지로 만든 가죽 ‘하운지’를 선보인 바 있다. 닥나무 인피로 만든 한지에 면이나 레이온 등을 덧대어 제작했기 때문에 닥나무의 특성을 그대로 따른다. 정길홍 한원물산 영업이사는 “한지는 처음에 뻣뻣하다가 부드러워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것이 마치 동물 가죽이 에이징(사용하면서 가죽의 색, 질감이 달라지는 것)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소재로 가죽을 대체할 수도 있다. 프라이팬을 코팅하는 테플론 섬유로 방수와 투습 성능을 동시에 가진 ‘고어텍스’가 대표적이다. 땀은 배출하면서도 생활방수가 가능한 특성으로 동물 가죽을 훌륭하게 대신한다. 폴리우레탄(PU)도 비건 패션의 단골 소재다. 주로 신발 밑창이나 의류를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비건 패션의 핵심은 고급화
메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팀이 2016년 3D 프린팅 기술로 모피의 질감을 구현했다. 촘촘히 인쇄된 털이 부드러운 촉감을 만든다. M IT미디어랩 제공
메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팀이 2016년 3D 프린팅 기술로 모피의 질감을 구현했다. 촘촘히 인쇄된 털이 부드러운 촉감을 만든다. M IT미디어랩 제공

비건 패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에도 패션계에 동물이 아닌 소재는 있었다. 다만 그전에는 ‘인조가죽’ ‘레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과거 인조가죽과 지금의 비건 패션의 차이는 고급화에 있다. 식물성 소재를 가공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의 ‘싸구려’ 인식에서 벗어나 가죽이나 모피의 느낌을 제대로 구현하고, 상용화될 정도의 내구성을 갖췄다.


김 고문은 “예전에는 비건 소재가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최고급 가죽이나 기능성 제품도 대체할 수 있다”며 “비건 패션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금 출시되는 식물성 가죽은 동물 가죽과 마찬가지로 공정에 따라 재질과 촉감 등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식물성 가죽은 대부분 식물에서 섬유를 뽑아 건조, 압축을 반복하며 인장력을 높여 부직포와 같은 형태를 만든 뒤 가공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가죽의 재질, 단단한 정도, 탄성 여부 등이 달라진다. 정 영업이사는 “한지 가죽의 경우 부직포 형태의 가죽에 덧대는 원단의 소재, 두께, 코팅재에 따라 종이처럼 얇은 가죽부터 소파에 들어가는 단단한 가죽까지 골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 세포로 가죽을 만들어 동물의 무분별한 희생을 막으려는 노력도 있다. 2018년 미국 생명공학 스타트업인 모던 미도우는 실험실에서 얻은 콜라겐으로 가죽 ‘조아’를 제작했다. 여기에는 콜라겐을 만들어내도록 유전자를 변경한 세포가 사용됐다. 조아는 천연가죽보다 얇지만 강도는 가죽과 비슷했다.


안드레아스 포가스 모던 미도우 최고경영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기술로 우리는 기존 가죽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80% 적은 가죽을 만들었다”며 “동물과 (가죽 가공에 사용되는) 석유 화학 제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피도 연구실에서 구현됐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팀은 2016년 보들보들한 모피의 질감을 구현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선보였다. 연구팀은 50µm(마이크로미터·1µm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구조물 수천 개를 제작했다. 머리카락 두께로 촘촘히 인쇄된 털은 마치 고급 모피처럼 부드러운 촉감을 가졌다.


하지만 다양하게 개발된 신소재가 상용화돼 실제 제품으로 소비자와 만나려면 단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의 양윤아 대표는 “식물성 가죽 등 대부분의 비건 소재는 아직 단가가 비싸 천연가죽과 비교해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디자이너 입장에서 다양한 식물성 가죽을 활용하고 싶지만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는 것은 파인애플과 선인장 가죽 정도”라고 말했다.

 

 

○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피건 패션

 

사실 패션산업은 그 자체로 환경 파괴적이다. 수많은 동물과 자연을 착취해 옷을 만들고, 팔고 남은 재고는 불태워버린다. 2018년 버버리, H&M 등이 재고품을 소각한 것이 공개돼 비난을 받았다. 패션 브랜드에서 재고품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느니 소각을 택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이런 문제에 비건 패션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저렴한 인조가죽은 실크나 알파카, 소가죽 같은 동물성 소재에 비해 히그 지수(의류 소재 1kg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환경부담 요인)가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낮고, 식물성 소재를 이용하면 훨씬 더 낮아진다. 동물성 소재는 가공 과정에서 크롬, 비소 등 독성물질이 사용되는데, 식물성 소재는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김 고문은 “현재 패션계는 친환경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이전에는 친환경 브랜드에서만 다루던 비건 소재가 이제는 모든 브랜드에서 한번은 고민하는 소재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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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6월호 [특집] 채식만으로 충분히 멋지다

Part1. [특집] 비건 패션, 트렌드가 되다

Bridge. [특집] 오늘 뭐 입지?

Part2. [특집] 식물, 이젠 피부에 양보하세요

Epilogue. [특집] 비건으로 '겟레디윗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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