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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 수학으로 영화 속 비밀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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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 수학으로 영화 속 비밀 푼다

2021.05.15 08:00

 

 

영화 분석 유튜브 채널 '영민하다'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이영민씨는 영화를 볼 때도 수학을 알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22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이름 '영민하다'로 자신을 소개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 이름이 세상과 소통하는 또다른 이름이라는 자신의 철학 때문이었다.

 

크리에이터 영민하다는 원래 수학에 관심 많지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 ‘삼국지(이문열 저)’, ‘해저 2만리(쥘 베른 저)’ 등 소설을 즐겨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한 그는 막연히 국어교육학과 진학을 생각했지만 중고등학교 때 수학의 매력에 푹 빠졌고 대학도 수학과에 진학했다. 현재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크리에이터로 활동중이다. 

 

수학, 영화를 만나다


영민하다는 "컴퓨터그래픽이나 특수효과를 만들 때 수학이 쓰인다"며 "미국의 영화, 연극, 애니메이션 분야 명문 학교인 캘리포니아예술대학교에서는 애니메이션을 가르칠 때 수학을 필수과목으로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연출이 수학과 비슷하다고 본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은 책인 '시학'의 ‘3막 구조’를 주로 사용한다. 3막 구조는 사건과 주인공 소개를 다루는 1막,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2막, 사건의 해결을 다루는 3막으로 이뤄진다. 3막 구조의 시나리오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연출’인데, 이 연출 과정이 수학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3막 구조로 이뤄진 영화 시나리오가 효과적으로 연출돼 스크린에 드러날 때면 수학적 사고방식인 귀납적 추론 방법과 연역적 추론 방법을 사용해 분석한다"고 말했다. 귀납적 추론 방법이란 여러 구체적인 사실로부터 일반적인 명제를 이끌어내는 추론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해가 오래전부터 동쪽에서 떴기 때문에 이 사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해는 동쪽에서 뜰 것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역적 추론 방법은 먼저 가설을 세우고 여러 전제를 거쳐 일반적인 명제를 이끌어내는 추론 방법이다. ‘모든 동물은 죽는데, 인간도 동물이므로 모든 인간은 죽는다’와 같은 추론 방법이 연역적 추론 방법이다.


그는 ‘반복되는 장면’이라는 구체적인 사실로부터 ‘영화의 주제’인 일반적인 명제를 도출하는 귀납적 추론 방법을 사용하면 영화의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판문점을 지키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에는 뜬금없이 발을 보여주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영민하다는 "발이 지닌 의미는 ‘휴머니즘’이라고 해석했죠. 영화의 줄거리와 발(휴머니즘)을 고려하면, 남북으로 나뉜 우리나라의 현실을 부각한 영화의 주제를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역적 추론을 사용하는 경우도 소개했다. ‘왜 영화의 도입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가설을 세워 영화를 보면 영화의 주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2019년)’의 도입부는 카메라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반지하에 있는 김기우(최우식 분)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왜 하필이면 위에서 아래로 시선이 내려갈까?’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그는 ‘주인공 가족의 사회적 위치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곳에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영화의 결말에서도 도입부와 비슷한 장면 연출이 반복되는데 그는 ‘사회적 지위나 부가 추락하는 현실을 감독이 비판적인 시선으로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영화의 쓸모, 수학의 쓸모


우리는 영화를 통해 간접경험을 한다. 인간은 충분한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타인에게 깊게 공감하기 힘들지만, 간접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면 가능하다.


그는 수학이 필요한 이유도 비슷한 원리라고 말했다. 어떤 명제가 참일 때, 그 명제의 역은 반드시 참이 아니다. ‘정전이 되면 전등의 불이 꺼진다’는 명제는 참이지만, 이 명제의 역인 ‘전등의 불이 꺼지면 정전이다’는 명제는 참이 아니다. 영민하다는 수학적 사고력이 부족하다면 참인 명제의 역도 참이라 여기는 논리적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면 사람 사이에 갈등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상황을 분석하고 차근차근 풀어가는 수학적 사고방식만 있어도 사람 사이의 충돌은 줄어들 거라고 말했다.

 

 

○  '영민하다'와의 일문일답
 

Q. 수학의 매력을 느낀 계기가 무엇인가.


A.  중학교 3학년 때 배웠던 삼각비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삼각함수 단원에서 다시 접했는데, 삼각비라는 삼각형의 기하학이 함수로 표현될 수 있고 그래프로 그릴 수 있는 해석학 분야로도 연결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고등학교 2, 3학년이 되면 삼각함수의 어떤 내용을 새롭게 배울지 궁금해졌다. 교과서를 찾아보니 삼각함수에서는 방정식으로 각의 크기를 찾는 것도 가능했다. 기하학, 해석학, 대수학이 모두 포함돼있는 삼각함수가 흥미로웠다. 또 친구들이 물어보는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재미를 느꼈고, 주어진 문제에 필요한 수학 개념을 찾아내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래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Q. 수학을 가르치는 일 대신 영화 분석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하게 된 이유는.


A. 대학교 시절, 집이 멀어 통학 시간이 길었다. 학교를 오가는 동안 단편 소설을 많이 읽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는 수업과 연구로 꾸준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대신 시간을 적게 쓰면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영화 비평 모임에 참여했다. 영화 비평 모임에서 다뤘던 내용을 간간이 유튜브에 올렸다.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엔 유튜브 구독자 수가 2만여 명에 이르러 깜짝 놀랐다. 여기에 흥미를 느꼈고 이것이 계기가 돼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영상 한 편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10분 가량의 영상을 만들 때는 열흘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영상이 길어질수록 제작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예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년)’를 분석한 영상 길이는 35분이다. 이 영상을 만드는 데 네 달 정도 걸렸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힘들었지만 영화의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돼 보람을 느꼈다.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면서 문제에 담긴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을 때 느끼는 뿌듯함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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