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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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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류는 누구인가?

2021.05.08 09:00

인간은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떻게 현재까지 진화해 왔을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고인류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퍼즐 조각이 여럿 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첫 조상의 정체다. 현재까지는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굴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이 자리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고인류학계에서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지위를 흔드는 주장이 연거푸 나오고 있다.

 

 2001년 중앙아프리카 차드 북부의 두라브사막에서 고인류의 흔적을 탐사하던 프랑스 연구팀의 손에 두개골 하나와 다섯 개의 턱뼈 화석이 발견됐다. 특히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두개골이 발굴돼 큰 주목을 받았다.


2002년 연구팀은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대는 600만~700만 년 전으로 추정됐는데, 형태만으로는 인류 조상인지 또는 유인원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특징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연구팀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앞선 새로운 호미닌의 흔적일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라고 이름 붙였다. doi: 10.1038/nature00879

 

두개골로 본 이족보행의 흔적

 

2001년 발견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두개골화석(위, 아래 오른쪽).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보행 방법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큰구멍(빨간원)이 침팬지(왼쪽)보다는 앞에, 현생인류(가운데)보다는 뒤에 위치해 이족보행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Didier Descouens/위키피디아, 네이처 에듀케이션 제공
2001년 발견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두개골화석(위, 아래 오른쪽).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보행 방법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큰구멍(빨간원)이 침팬지(왼쪽)보다는 앞에, 현생인류(가운데)보다는 뒤에 위치해 이족보행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Didier Descouens/위키피디아, 네이처 에듀케이션 제공

당시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전 인류의 조상은 약 400만 년 전에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 따라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호미닌이 맞다면, 최초의 호미닌이 등장한 연대는 최소 200만 년이 앞당겨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고인류학자들이 이 화석의 정체에 관심을 가졌지만, 정말 최초의 호미닌인지 또는 인류와 가까운 유인원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류학자들이 유인원과 인류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보행 방법이다. 고릴라와 침팬지, 오랑우탄 등 현생 유인원은 두 발과 함께 두 팔을 사용하는 사족보행을 한다. 일부 상황에서는 두 발로 서기도 하지만 항상 두 발로 선 채 생활하는 인간과는 전혀 다른 보행 방법이다. 데이비드 필빔 미국 하버드대 인류진화생물학과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인간은 유인원과 달리 이족보행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그에 맞는 해부학적 특징을 볼 수 있다”며 “이는 우리 조상들에게서도 마찬가지인 만큼 화석 분석으로 알게 되는 보행 방법은 고인류학 연구에서 호미닌과 유인원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이족보행을 했는지, 아니면 두 팔과 다리를 이용해 사족보행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골반, 대퇴골 등 화석을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까지 발견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화석은 두개골과 턱뼈뿐이었고, 이들만으로는 정확한 보행 패턴을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두개골에 존재하는 큰구멍(foramen magnum, 대공 또는 대후두공)의 위치를 통해 보행 패턴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큰구멍은 뇌에서 척수가 나가는 통로다. 인류의 경우 이족보행을 하기 때문에 아래를 향해 뚫려 있고, 따라서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에 비해 앞에 위치해 있다. 필빔 교수는 “큰구멍은 많은 연구를 통해 보행 패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준을 통해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한 결과, 큰구멍이 유인원보다 앞에 있음이 확인됐다. 이외에도 턱뼈를 통해 유인원보다 훨씬 작은 치아를 가지고 있던 점 등이 밝혀지며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를 호미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실제로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등 많은 기관에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를 현재까지 발견된 최초의 호미닌으로 소개하고 있다.

 

20년 만에 등장한 반대 증거

 

고릴라와 오랑우탄 등 유인원은 두 팔과 다리를 이용해 걷는 사족보행을 한다. 보행 방식을 유인원과 인류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릴라와 오랑우탄 등 유인원은 두 팔과 다리를 이용해 걷는 사족보행을 한다. 보행 방식을 유인원과 인류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지만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를 둘러싼 의문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01년 이후 추가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고, DNA도 추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개골의 크기와 형태가 유인원에 가깝다는 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호미닌이 주로 발견된 동부아프리카가 아닌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에 의문을 가지는 학자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어 한동안 논의는 진척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기다리던 증거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인류 진화 저널’에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대퇴골을 분석한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로베르토 마키아렐리 프랑스 푸아티에대 지구과학과 교수팀은 2001년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화석과 함께 발견돼 2004년 영장류의 것으로 분류된 대퇴골 화석을 분석했다. 대퇴골 화석은 발견 초기에는 호미닌과 관련이 없다고 여겨졌지만, 이후 형태학적, 해부학적 요소를 다시 살펴본 결과 영장류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상태였다. 해당 지역에서 영장류와 관련된 화석이 발견된 사례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밖에 없었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화석의 주인공이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대퇴골 화석을 현생인류와 현생 유인원, 그리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비교한 결과, 이족보행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사족보행을 했으며 호미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doi: 10.1016/j.jhevol.2020.102898


마키아렐리 교수는 “지금까지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이족보행을 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호미닌으로 인정받아왔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보행 방법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제시된 만큼 학계의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인류학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시 지리학적 변화로 대퇴골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더라도 이족보행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고인류학자도 있고, 두개골과 대퇴골 화석이 육안상으로도 명확히 유인원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밀포드 월포프 미국 미시간대 인류학과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를 호미닌으로 평가받게 한 두개골 화석의 형태는 그저 생체역학적인 적응의 결과일지 모른다”며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이족보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doi: 10.1038/419581a


만약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최초의 호미닌 지위를 잃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인원과 호미닌의 공통조상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살던 시기는 유인원과 호미닌이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수사나 카르발료 영국 옥스퍼드대 고인류학과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호미닌으로 취급되기 이전부터 호미닌과 유인원의 공통조상 후보로 꼽히던 종”이라며 “보다 많은 화석이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찾던 유인원과 호미닌의 공통조상일 가능성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 가운데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만큼 유인원과 호미닌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화석은 흔치 않다.


만약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최초의 호미닌이 아니라면 유력한 최초의 호미닌 후보는 오로린 투게넨시스(Orrorin tugenensis)가 된다. 약 6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로린 투게넨시스는 지금까지 12개 이상의 화석이 발견됐고, 그중에는 대퇴골 화석도 포함돼 있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보다 호미닌에 속한다는 증거가 더욱 풍부하다.


카르발료 교수는 “오로린 투게넨시스가 호미닌에 속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고인류학자는 많지 않다”며 “많은 화석이 발견된 것도 오로린 투게넨시스가 최초의 호미닌이라는 학설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라고 말했다. 

 

*분류학적 용어로서 유인원은 인류를 포함합니다. 하지만 종종 영장류 중 인류를 제외한 집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해당 기사에서 유인원은 인류를 제외한 오랑우탄, 고릴라 등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습니다.

 

 

▼이어지는 기사를 보려면? 

과학동아5월호 [특집]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퍼즐

계통도로 만나는 호미닌

첫 번째 퍼즐│최초의 인류는 누구인가

두 번째 퍼즐│작은 인류의 미스터리

세 번째 퍼즐│호모 속의 기원

네 번째 퍼즐│수수께끼 속 인류 데니소바인

다섯 번째 퍼즐│동아시아인의 복잡한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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