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에이즈 바이러스, 병원성 점점 약해지고 있다" 국내 환자 30년 분석 결과

통합검색

"에이즈 바이러스, 병원성 점점 약해지고 있다" 국내 환자 30년 분석 결과

2021.05.02 12:00
조영걸 아산병원 교수 연구팀 30일 국제학술지 바이러스 게재…"인간 몸에 적응하며 유전자 길어져"
미국국립보건원이 3D그래픽으로 표현한 에이즈 유발 HIV.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국립보건원이 3D그래픽으로 표현한 에이즈 유발 HIV. 위키미디어 제공.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간 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유전자가 길어지면서 감염을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능력인 '병원성'이 약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30년간 에이즈 환자 62명을 추적해 얻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장기 연구의 결실이다.  '일단 걸리면 죽는다'고 할 정도의 높은 치명률로 20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던 에이즈 환자의 장기 생존을 위한 새로운 치료 방법과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영걸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교실 교수와 브라이언 폴리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바이러스’ 인터넷판에 3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에이즈는 HIV에 감염돼 몸 안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서 사망에 이르는 전염병이다. 1981년 최초로 보고된데 이어 1983년 그 원인이 HIV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HIV에 감염됐다고 모두 에이즈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다. 면역체계가 손상되거나 떨어져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난 경우 에이즈 환자로 분류된다. 장기간 몸 속에서 생존하고 증식하며 숙주(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기도 한다.

 

연구팀은 에이즈 바이러스(HIV-1)에 감염된 환자의 혈장을 원료로 만든 응고제를 맞아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혈우병 환자 20명을 추적 조사했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없어 상처가 나도 피가 멈추는 데 정상인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혈액 응고제를 맞는다. 집단감염된 환자들이 맞은 응고제는 1990년 초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2명으로부터 체혈된 제품이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들에게서 약 30년 간 채취한 HIV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 전체 유전자가 점차 길어지고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는 동안에 다시 짧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을 일반 환자 42명에게서도 확인했다.  이런 현상은 세계유전자은행에 등록된 서양인의 HIV 바이러스에서도 나타났다.

 

조 교수에 따르면 HIV 바이러스에도 종류가 있는데 HIV-2는 HIV-1보다 병의 진행이 2배 가량 느리다. 이 경우에도 HIV-2의 유전자가 HIV-1보다 길다. 1980년대 발견된 HIV 바이러스보다 2000년대 발견된 HIV 바이러스의 증식 능력이 약한데, 2000년대 HIV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더 길다. 또 다른 해외 연구들에서도 동일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됐다. 

 

조 교수는 “단정할 순 없지만 유전자가 길어지면 병원성이 약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유전자 길이와 병원성 간의 관계는 지속해서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바이러스가 숙주인 인간의 몸에서 활동하면서 길이가 길어지며 숙주가 죽지 않는 방향으로 점점 몸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영걸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교실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조영걸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교실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7 + 9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