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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아인슈타인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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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아인슈타인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생각

2021.04.29 18:09
등가원리의 이런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인셉션′이다.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등가원리의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인셉션'이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1905년 특수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후 이에 부합하는 중력이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알려진 중력이론은 당연히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아인슈타인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불만이 있었다. 자신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이 우주에서는 그 어떤 물리적 신호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만유인력의 법칙에서는 질량이 있는 두 물체가 즉각적으로 중력을 느낀다. 즉, 만유인력은 즉각적인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 이론으로 특수상대성이론과 잘 맞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새 이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중력이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난 1907년 아인슈타인은 새 중력이론으로 향하는 중요한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이다. 등가원리란 한마디로 관성력과 중력이 동등하다는 원리이다. 아인슈타인은 훗날 “생애 가장 행복했던 생각(the happiest thought of my life)이었다"고 회고했다.

 

관성력이란 가속 운동 때문에 생기는 가상의 힘이다.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 몸이 뒤로 젖혀진다거나 모퉁이를 돌 때 바깥으로 쏠리는 것은 우리 몸이 원래 운동하던 관성을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에 힘(관성력)을 받기 때문이다. 관성력은 정지좌표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작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버스가 급출발하거나 모퉁이를 돌아도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중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버스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때에는 버스 안에서도 관성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관성력은 오직 버스의 속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생긴다. 


버스가 모퉁이를 도는 운동과 같은 원운동 또한 가속운동이다. 속도는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갖는 양(벡터)이다. 원운동은 운동의 방향이 매순간 바뀌기 때문에 가속운동이다. 원운동은 고대 플라톤 이래로 이 우주의 가장 자연스러운 운동으로 간주되었다. 근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오조차도 행성의 궤도는 타원이라는 케플러의 법칙을 외면했고, 원운동은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는 등속운동으로 생각했다. 경험적으로 우리는 원운동을 할 때 바깥으로 쏠리는 힘, 즉 원심력을 느낀다. 원심력도 관성력의 일종이다. 세탁기의 탈수기능이나 실험실의 원심분리기도 모두 원심력을 이용한다.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영화 '인셉션' 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관성력이 중력과 등가라는 원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겪는 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엘리베이터가 위로 움직이는 순간 우리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는 엘리베이터가 위쪽 방향으로 순간적으로 가속운동(정지상태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속도의 크기가 바뀌었다.)을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가속운동의 반대방향, 즉 아래쪽으로 관성력을 받는다. 엘리베이터 안의 탑승객은 아래쪽으로 당기는 힘이 더해졌으므로 자신의 몸무게가 더 늘어난 것으로 느낀다.  

 

만약 엘리베이터는 정지해 있고 갑자기 탑승객의 몸무게나 지구의 질량이 늘어났다면 어떻게 될까?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각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즉 각 물체의 질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례해서 중력이 커진다. 탑승객의 질량 또는 지구의 질량이 늘어나면 탑승객은 그만큼 아래쪽으로 당겨지는 힘을 더 크게 느낀다. 


등가원리란 탑승객의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하는지 중력이 강해졌는지를 구분할 길이 없다, 즉 그 두 효과는 동등하다는 원리이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는 어떨까? 이때는 관성력이 위쪽을 향하므로 순간적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좀 극단으로 활용한 놀이기구가 자이로드롭이다. 자이로드롭은 사람들을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안전하게 자유낙하시키는 놀이기구이다. 물체가 자유낙하하면 지구를 향해 중력가속도의 크기로 가속된다. 이에 따른 관성력은 위쪽을 향한다. 이때 관성력의 크기는 가속도의 크기에 물체의 질량을 곱한 값과 같은데, 이는 정확하게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중력의 크기와 일치한다. 그 결과 자유낙하하는 물체에는 중력과 관성력이 상쇄돼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즉, 무중력상태가 된다. 자이로드롭이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내장이 들리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에는 우리 신체에 늘 작용하던 중력이 관성력에 의해 지워졌기 때문이다. 

등가원리란 탑승객의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하는지 중력이 강해졌는지를 구분할 길이 없다, 위키피디아 제공
등가원리란 탑승객의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하는지 중력이 강해졌는지를 구분할 길이 없다, 위키피디아 제공

자유낙하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자신은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는 무중력상태에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고,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지구)가 매초 초속 9.8m씩 속도를 증가시키며 자신에게 다가올 뿐이다. 반면 땅에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관성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오직 중력만 작용할 뿐이어서 자유낙하하는 사람은 매초 초속 9.8m씩 속도가 커지면서 지면으로 돌진한다. 


자유낙하의 한 특이한 경우가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이다. 달이든 인공위성이든 우주정거장이든 일찍이 뉴턴이 지적했듯이 이 모두는 지구를 향해 끝없이 추락하는 사과와도 같다.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에게는 궤도 바깥을 향하는 원심력이 작용한다. 이 힘의 크기는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중력과 정확하게 똑같다. 그 때문에 위성의 궤도가 유지된다. 따라서 위성 자체에는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우주정거장이 무중력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등가원리의 이런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인셉션'이다.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영화 속 꿈의 1단계에서 픽업트럭이 강으로 자유낙하하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트럭 안에 모든 승객은 차량과 함께 무중력상태가 된다. 재미있게도 바로 이 순간 호텔에서 진행되는 꿈의 2단계에서도 모든 세상이 무중력상태로 변한다. 자유낙하하면서 무중력상태에 빠진 꿈의 1단계의 사람들이 다시 꿈을 꾸면 그 2단계 꿈속의 세상에서 중력이 지워진다는 기발한 발상이 영화적으로 아주 훌륭하게 구현되었다. 

 

영화 속에서 등가원리가 구현된 또 다른 사례가 우주선 속에서의 중력이다.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거나, 주변에 중력을 발휘할 무거운 천체가 하나도 없는 텅 빈 우주공간을 비행하고 있을 때는 우주선 안이 무중력상태이다. 잠시 몇 초, 몇 분 동안이라면 자이로드롭에서처럼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그런 상태를 즐겨보고 싶겠지만, 며칠을 무중력의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한쪽 방향으로 일정한 힘이 작용하는 생태계에서 출현해 오랜 세월 진화하고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우주선 안에서 보내야 할 우주비행사를 위해 인공의 중력을 만들어 지구 표면에서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듀어런스 호.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속에서 등가원리가 구현된 또 다른 사례가 우주선 속에서의 중력이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듀어런스 호. 네이버영화 제공

가장 간단하게 인공중력을 만드는 방법은 우주선을 빙빙 돌리는 것이다. 우주선에 원형의 구조물을 만들어 빙빙 돌리면 그 회전에 의한 원심 가속도가 중력가속도와 같게 만들 수 있다. 우주비행사가 그 구조물의 바깥쪽에 발을 디디면 지구 표면에서와 똑같은 중력환경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주비행사에게는 우주선의 일부 구조물이 회전하는지 지구 같이 무거운 천체가 중력으로 당기고 있는지를 구분할 능력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설령 신이 있다 하더라도, 신조차 이 둘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등가원리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 속의 수많은 우주선들은 빙빙 도는 구조물을 갖고 있다. 고색창연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부터 '인터스텔라'의 인듀어런스호, '마션'의 헤르메스호, '엘리시움'의 우주구조물까지 똑같은 원리가 적용되었다. 물론 '스타워즈'나 '승리호'의 우주선과 우주구조물에서는 회전하는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새로운 중력의 원리를 적용해 손쉽게 중력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리라. 


등가원리가 왜 성립하는지에 대해서 아직 우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잘 모른다. 엄밀하게 증명하거나 보다 근본적인 원리로부터 유도하지는 못해도 그냥 그러해야 할 것 같고 실제 실험적으로도 잘 성립할 뿐이다. 최근에는 등가원리가 어디까지 성립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위성에 시료를 담아 우주에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약 100조 분의 1의 정밀도에서도 여전히 등가원리가 깨지지 않았다.

 

인공 중력 실험 준비모습. ESA 제공
인공 중력 실험 준비모습. ESA 제공

보통 사람들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주선까지 띄워서 그렇게 미세한 실험을 하려고 할까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그 어떤 위대한 법칙이라도 정말로 모든 상황에서 성립하는지, 얼마의 정밀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파고든다. 만유인력의 법칙만 해도 태양계 정도의 규모에서는 그 정확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은하 이상의 거대규모나 분자 수준의 아주 미시적인 세계에까지 정확하게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수정 뉴턴 동역학(MOND)’이론을 도입해 우주에서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도 없지 않다. 


만약 1000조 분의 1의 정밀도에서 등가원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우선 그 사실을 입증한 연구진은 당연히 노벨상을 받을 것이다. 아마도 이점에 의견을 달리할 물리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다음 수순으로 등가원리에 기초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능가하는, 보다 포괄적이며 새로운 이론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인슈타인이 완전히 틀린 것인가, 일반상대성이론은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1천조 분의 1의 정밀도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면 뒤집어서 말해 등가원리가 그보다 낮은 정밀도에서 매우 잘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상대성이론도 그 정도까지의 정밀함을 요구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매우 잘 작동한다는 뜻이다. 다만 일반상대성이론이 그보다 더 근본적인 어떤 새로운 이론의 근사적인 이론일 뿐임이 드러난 것이다. 새 이론은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으로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자신의 한 극한적인 상황에서의 이론으로 포함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만약 현실이 된다면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래서 과학자들은 확립된 법칙이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검증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과학은 이런 식으로 발전해 나간다. 

 

1925년의 아인슈타인. 위키미디어 제공
1925년의 아인슈타인(오른쪽). 위키미디어 제공

※참고자료

-A. Einstein, The Collected Papers of Albert Einstein, Vol.7: The Berlin Years: Writings, 1918-1921 (English translation supplement) Page 136,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https://einsteinpapers.press.princeton.edu/vol7-trans/152

-Pierre Touboul et al 2019 Class. Quantum Grav. 36 225006; DOI: 10.1088/1361-6382/ab4707.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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