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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자가검사키트가 확실한 파수꾼 역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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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자가검사키트가 확실한 파수꾼 역할하려면

2021.04.18 14:00
고재원 데일리뉴스팀 기자
고재원 데일리뉴스팀 기자

정부가 항원검사 방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4차 유행을 목전에 둔 상황에 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을 뜻하는 ‘민감도’가 18~40%에 불과한 항원검사 방식의 자가검사키트라도 코로나19에 취약한 요양시설이나 장애인시설, 기숙사 등에 도입해 확산을 늦춰보겠다는 건데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우려되는 점은 검체 채취부터 검사결과 도출까지 모든 과정을 관련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알아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가검사키트 사용과정은 이렇다. 검사 대상자들이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고, 채취한 검체를 시약에 묻히고, 검사기에 시약을 묻힌 검체를 떨어뜨리고 30분 간 기다려 검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검체 채취부터 문제다. 본디 검체 채취는 콧 속 안의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제대로 바이러스가 묻어 나오는데, 일반인은 이렇게 검체 채취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콧구멍에서 검체를 채취하게 되는데, 콧구멍에서는 적은 바이러스 양이 채취된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민감도의 자가검사키트의 검사 정확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노래방 등 일반업소 출입조건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노래방 입장 전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운영시간 연장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런 발언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들의 애로를 해결해주겠다는 취지라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다 하루 600~700명의 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과연 노래방을 가기 위해 간단하다고는 하나 엄밀한 검사 과정을 거칠 사람들이 몇이냐 될 것이며 이 과정을 철저히 따를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구심을 불러왔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출입명부의 작성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오 시장은 결국 다음날인 13일 자가검사키트 중점 적용 대상을 기존 노래연습장에서 대학과 학교, 종교시설로 바꾼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오락가락하는 서울시의 방역정책에 대한 지적과 함께 낮은 민감도의 항원진단 검사법을 주의해 사용해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따랐다. 항원검사 방식의 자가검사키트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국한하거나 가급적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방역 당국이 정식 허가한 자가검사키트 제품은 없다. 의료진이 사용하는 조건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가 자가검사키트 제품으로 허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당 1~3만의 가격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주 구입해 사용하기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오 시장은 대학과 학교, 종교시설에 들어가는 자가검사키트 재원조달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언급했다. 


방역당국은 13일 오 시장이 제안한 자가검사키트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일반업소 출입조건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취약한 요양시설과 장애인 시설, 기숙사에 자가검사키트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자가검사키트에 꽤 많은 세금이 쓰일 것을 예상된다. 실제로 영국도 지난해 12월부터 ‘오퍼레이션 문샷 프로젝트’라는 대규모 선별검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1000만건의 선별검사를 국민 대상으로 실시해 무증상 감염자를 속히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예상 소요재원은 약 1000억 파운드(약155조원)으로 영국 1년 교육예산에 맞먹는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의학학술지 중 하나인 ‘영국의학저널(BMJ)’은 이와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대학들에게 맡긴 주기적 선별검사가 절차에 맞게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을 뿐더러, 결국 코로나19 환자 1명을 잡아내는 데 쓰인 예산을 계산했더니 3000파운드(약467만원)나 투입된다는 것이었다. BMJ는 “검사가 이뤄지는 장소나 관련 인력들에 대한 비용이 빠져 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며 “대규모 검사 대신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검사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역당국이 마음먹은 이상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낮은 민감도와 실질적 운영 문제, 비용 효용성과 같은 문제를 감수하고도 자가검사키트가 도입된다면 제대로 된 파수꾼 역할을 맡겨야 한다. 자가검사키트라는 말대로 일반인들이 알아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법을 아주 명료하고 알기 쉽게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가격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자가검사키트 제품들을 시급히 평가해 상대적으로라도 높은 민감도의 가격이 저렴한 자가검사키트 제품들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 전문가들의 의견 듣고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자가검사키트가 제대로 된 보조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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