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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확보 대안으로 떠오른 '수출차단'…알고보면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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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확보 대안으로 떠오른 '수출차단'…알고보면 '양날의 칼'

2021.04.07 21:00
현실성 떨어지고 신뢰도 추락으로 더 큰 '역효과'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차질을 빚자 국내 제약사에서 위탁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한 가지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인도 등 백신 공장이 있는 국가들이 자국의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자국내 백신 생산 물량을 묶어두는 전략을 취하면서 해외 제약사들의 백신 공장이 있는 국내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백신 수출을 제한은 현실성 없고 자칫 국가 간 갈등만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도는 3월 인도 혈청연구소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수출 금지'라고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때까지 국외로의 공급 일정을 미루고 수출 물량도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의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됐다. 한국은 당초 3월 말까지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4만5000명분, 4~5월에 70만5000명분을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도의 수출금지 조치로 3월 도입 예정이었던 물량이 21만6000명분으로 줄었고 도입 시기도 이달 셋째 주로 밀렸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로마 인근 아나니 공장에서 포장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약 12만명 분이 호주로 수출되는 것을 막는 일이 있었다.

 

백신 도입이 차질을 빚자 급기야 국내에서도 국내 생산분의 백신 수출을 금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백신 수출 제한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인 6일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이 브리핑 중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 경북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금지 조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조기에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입장 변화가 감지됐따. 

 

하지만 업계선 한국이 생산위탁을 받았을 뿐이라서 백신 수출금지는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경북 안동 공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한 백신은 한국을 포함해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공급 계약을 맺은 국가로 배송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특허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며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약속을 깨고 국내 생산 물량을 전부 국내에서 사용하면 앞으로 어떤 백신 회사도 한국에 위탁생산을 맡기거나 기술 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백신 원자재 공급이 끊겨도 추가 생산이 어려워진다. 아스트라제네카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생산 물량을 일정 단위로 끊어서 발주한 뒤 생산에 필요한 만큼만 원료를 보내주고 있다.

 

국가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는 1월부터 유럽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유럽 외 국가로 수출하려면 회원국과 EU 집행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후 영국과의 마찰을 빚자 이 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달 17일 EU는 유럽 국가에서 영국에 수출하는 코로나19 백신에 비해 유럽 국가들이 영국에서 수입하는 백신의 양이 적다는 이유로 수출금지 조치까지 시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지난달 24일 수출 조치를 강화하고 유럽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할 때 백신을 수입하는 국가의 코로나19 감염률, 백신 접종률, 백신 공급 상황, 해당국에서 유럽 국가로 백신과 백신 원료 수출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호주는 EU의 규제 강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로이터는 6일 호주가 지난달 초 이탈리아 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만도즈(1도즈는 1회접종분)을 공급받을 예정이었으나 EU의 수출규제 조치로 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호주는 지난달 말까지 400만 명을 접종목표로 뒀지만 현재까지 약 67만 명만 접종을 마쳤다. 호주는 EU의 규제조치를 비난하고 나섰고 EU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공급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 책임이 없다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금지가 국가 간 무역 갈등으로 번지면 자칫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글로벌 공공재인 백신을 두고 계약을 어기며 수출을 제한하면 경제 분야를 포함한 보복성 조치는 물론이고 엄청난 대외 신뢰도 하락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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