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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과학계엔 '불신'과 ‘생채기’만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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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과학계엔 '불신'과 ‘생채기’만 남나

2021.02.08 16:33
 

이달 4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를 자신이 창업한 기업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2010년대 이후 생명공학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2명의 여성 화학자가 받았을 정도다. 

 

김진수 수석연구위원은 유전자가위 분야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는다. 지난 2017년 인간 배아 연구 권위자인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팀과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를 공동으로 했다. 그가 설립한 생명공학 벤처 툴젠은 미국에서 공룡과도 같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브로드연구소와 특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벨 화학상 발표 당시 김 수석연구위원과 잠깐 통화를 했다. 유전자가위 분야의 노벨 화학상 수상의 의미를 듣기 위해서였다. 특유의 냉정함으로 설명을 해주던 그는 자신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기를 원했다. 특허 관련 피소로 재판중이라는 이유였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긴 재판 과정을 겪고 있는 피로감과 위축감이 느껴졌다. 

 

시계를 5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해 7월 말 국가 연구비 횡령 혐의와 제자 편법 지원 의혹 등으로 과기정통부로부터 고발당한 신성철 KAIST 총장이 대구지검으로부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관련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지 1년 8개월만이었다. 3개월이 지난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 총장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고발 사건이었다. 사필귀정의 결말이 났다”고 말했다. 

 

김진수 수석연구위원의 경우 서울대와 IBS로 소속기관을 옮기는 과정에서 연구자의 특허권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 신성철 총장의 경우 과기정통부의 전 정부 인사에 대한 ‘표적 감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김진수 수석연구위원과 신성철 총장 사건은 별개의 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전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한국 과학자들이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특허 빼돌리기’, ‘연구비 횡령’ 등의 파렴치범으로 몰렸다는 사실이다. 1~2년간 재판 과정을 거친 사안의 법원 판결에 대해 누구 하나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지리한 재판의 당사자였던 두 과학자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 총장은 국내 최고 과기특성화대학 수장으로서 KAIST 운영에 써야 할 에너지를 재판에 강제 할애했을 것이고 김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유전자가위 기술 권위자로서 연구 진척에 써야 할 에너지를 재판 과정에 할애했을 것이다. 

 

이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표방하며 연구자가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진흥 정책을 내세웠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인을 우대하고 사기를 진작하며 연구자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도 담겼다. 그러나 김 수석연구위원과 신 총장 사건에서만큼은 이같은 정부의 전략은 ‘공염불’에 그쳤다. 결국 국민들의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과 과학자들의 사기 저하라는 ‘생채기’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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