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외피 성분이 처음으로 자세히 밝혀졌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 성분이 인간 세포막 성분과 크게 달라서, 인체 손상 없이 바이러스 외피만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카디프대 연구팀은 지난 25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인지질이 주를 이룬다는 점은 인간의 세포막과 공통되지만 콜레스테롤과 스핑고 지질이 거의 없어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질연구저널’ 지난 15일자에 게재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체 구조는 유전물질인 RNA를 지질이 포함된 외피가 둘러싸 보호하는 형태로 돼 있다. 이 외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와 결합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달려 있다. 대개 바이러스의 외피는 숙주의 세포막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성분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지만, 스파이크 단백질과 같은 당단백질이 추가로 달려 있거나 세부 성분에 차이가 있어서 숙주의 면역계를 회피할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는 숙주의 세포막도 아닌 숙주 세포의 내부 소기관 막에서 비롯돼 숙주 세포막과 구성요소에서 꽤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아직 외피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카디프대 연구팀은 질량에 따라 물질을 분류하는 질량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 성분들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그 결과 숙주 세포막과 같이 주로 인지질로 구성돼 있지만, 콜레스테롤과 스핑고지질은 숙주 세포막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콜레스테롤과 스핑고지질은 세포가 내외부에 신호를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이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외피에는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아미노인지질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외피와 숙포 세포막의 성분에 차이가 있어서 사람 몸속에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도 선택적으로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외피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27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지질을 분열시키는 성분을 함유한 각각 구강청결제 3종 또는 식염수를 사용토록 했다. 구강청결제 3종은 유럽의 살균 표준을 충족한 것들로, 세틸피리디늄염화물(CPC)을 포함한 2종과 포비돈아이오딘을 포함한 1종이었다.
그 결과, 구강청결제 중 세틸피리디늄염화물과 이소프로필 미리스트산을 함유한 것만 구강 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었다. 이 구강청결제로 30초 입을 헹궜을 때 타액 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분 동안 99.99%, 60분 동안 99.98%가 제거됐다. 반면 포비돈아이오딘을 포함한 구강청결제와 식염수는 바이러스 제거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세틸피리디늄염화물과 벤조산이 함께 함유된 구강청결제는 바이러스 제거 효과가 있긴 했으나 지속력이 떨어졌다.
리처드 스탠턴 영국 카디프대 의대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가 구강청결제의 특정 성분에 의해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인플루엔자와 같은 다른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예방과 통제에도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